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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25]“양자기술, ‘제2 반도체’처럼 키워야”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장 인터뷰 “미국과 협력해 국가전략기술로 지속적 장기투자 필요” “인재 육성, R&D 확대, 특별법 제정 등 다각적 지원도” “양자기술에 지속적으로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제2 반도체’처럼 국가전략기술로 키웠으면 합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양자기술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라며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한 단장은 2012년 당시 정부출연연구기관 최초로 양자 전문 연구조직을 신설한 KIST에서 양자기술 연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Korea-US Quantum Technology Cooperation Center)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이는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양국은 협력센터를 통해 한미 양자기술 협력 수요·파트너 발굴 및 연결, 협력사업 지원 등을 할 예정입니다. 한 단장은 “한미 양국의 이번 공동연구 협력은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현재 세계적인 기술 패권을 가지게 된 것은 과거에 우주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향후 20~30년을 좌우할 미래기술인 양자기술에 앞서 가고 때문에, 양국 협력을 통해 노하우를 배우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기술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 단장은 국가전략기술로 양자기술을 지정하는 게 1순위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가 양자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국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우선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 단장은 “전방위로 다각적인 지원을 했으면 한다”며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지원, 특별법 제정을 주문했습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양자기술 전문인력은 200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양자기술에 대한 정부 R&D 투자는 2019년 106억원에서 지난해 32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수조원을 투입하는 해외에 비해 적은 실정입니다. 한 단장은 “양자기술은 격차가 벌어지면 단기간에 만회할 수 없다”며 중장기 전략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최근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를 비롯해 삼성전자(005930) 및 현대차(005380) 등 국내 기업도 부족한 양자기술 전문 연구자를 시급히 육성하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R&D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양자기술 특별법 제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이데일리 (링크)
“힘들었어” 한마디에 힐링 음악 틀어주는… 동반자 같은 ‘버추얼 휴먼’이 온다
KIST 인공지능연구단 임화섭 단장 [과학 라운지] 뇌 모방한 디지털 브레인 기술로 상대방 음성 인식하고 감정 읽는 ‘AI 디지털 휴먼’ 뉴질랜드서 개발 불로불사(不老不死). 이렇게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사람들을 요즘 광고나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디지털 휴먼’이다. 삼성 네온, LG 레아, 네이버 이솔, 넷마블 제나,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등 웬만한 IT 관련 대기업이나 게임 관련 업체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광고와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휴먼이 이미 100명이 넘는다고 하니 이제는 디지털 휴먼 도감(圖鑑)이라도 있어야 얼굴과 이름이라도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국내에서 디지털 휴먼 돌풍을 일으킨 싸이더스의 로지가 실제 연예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며 광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지금은 예전 같은 관심을 받진 못하고 있다. 머리카락이나 옷의 움직임, 사람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모두 CG(컴퓨터그래픽)로 실감나게 재현하기 어렵다 보니 자주 보다 보면 어색함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카메라, 광원, 움직임, 형상, 색상 등 모든 환경 변수를 조절해가며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수작업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뉴럴 렌더링’이다. 실제 인물의 수많은 사진 영상에서 장면이 생성되는 과정을 심층 신경망으로 자동 학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CG의 환경 변수로는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실제 환경의 복잡한 조명이나 투명하고 얇은 구조까지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문장, 스케치, 사진 한 장으로도 새로운 사람의 영상과 동영상을 생생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데이터와 오랜 학습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까지는 CG 방식에 비해 고해상도 영상을 합성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사용자가 더 쉽게 원하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연구 분야다. 디지털 휴먼은 실제 사람을 모방하는 경우는 ‘디지털 더블’,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는 경우는 ‘버추얼 휴먼’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예컨대 디지털 더블은 오래전 사망한 옛 배우를 가상 공간으로 재현해 표정, 행동, 말투를 실제와 똑같이 모방한다. 이보다는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감정 표현도 하는 버추얼 휴먼이 디지털 휴먼의 미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사람과 같은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주어진 질문에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을 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를 연발하는 식이 아니라 같은 질문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답하는 인공지능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의 AI회사 솔머신(Soul Machines)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디지털 브레인으로 상대방 음성을 인식하고 감정도 인식해 반응하는 디지털 휴먼을 개발했다고 한다. 얼마 전 메타(옛 페이스북)에서 발표한 블렌더봇3와 구글의 람다2는 과거 챗봇의 문제점이었던 편향성과 부정확성을 대폭 개선해 인간처럼 ‘지각’이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덧붙여 인간의 표정과 동작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기술이 융합되면 실제 사람처럼 보이면서 대화도 가능한 디지털 휴먼은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나만의 디지털 휴먼 집사(執事)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편하게 쉬면서 대화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반려견이 동반자가 되는 것처럼 반려 디지털 휴먼에게 또 다른 차원의 애정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매우 힘든 하루였어” 한마디에 디지털 휴먼이 조명을 조정해주고 힐링 음악을 들려주는 세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투데이 窓]개방과 관용으로 넘는 '저출산벽'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김현우 소장 얼마 전 프랑스와 독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의 목적을 해외에서 목표를 찾거나 프로그램 모방에 두지 않았다. 차세대 미래 융합연구를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글로벌 융합연구를 위한 시작점을 모색하려 했다. 출장에서 만난 연구자와 정책입안자들은 한국의 융합연구 정책과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연구·개발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출장 동안 확인하고 주목한 부분은 국가라는 경계마저도 걷어낸 탁월한 개방성이었다. 개방성을 토대로 이뤄낸 성공적인 융합경험이 연구·개발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연구문화로 정착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부러웠던 점은 지금 우리는 잃어버린 소리를 그곳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래를 여는 아이들의 소리였다. 재잘대고 웃는 소리가 공원과 박물관을 채웠다. 떼쓰는 소리와 이를 어르는 부모의 소리마저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한 세대 전 한국도 그랬다. 1980년 한국의 출산율은 2.72명이었고 프랑스는 1.96명으로 저출산 국가였다. 4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소폭의 등락 속에 출산율을 지켰지만 한국은 지난해 0.81명으로 급락하며 초저출산 국가로 전락했다. 총인구도 국가통계 72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특정 국가의 경제상황이 인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데이터로 보여줬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저출산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며 한국 경제를 더 크게 걱정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가파르게 떨어져 올 상반기엔 0.75명으로 도시국가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1997년 IMF 경제위기로 1970년생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가 결혼을 늦추고 그새 출산율이 떨어져 에코붐 세대마저 잃었다. 한국이 직면할 경제절벽은 더 깊고 불황의 시간은 더 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 덴트의 경고가 아니어도 초저출산 극복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지난 30년간 천문학적인 투자와 전방위 정책을 추진했다. 보육과 양육환경을 개선했고 젊은 부부를 위한 주택지원정책을 추진했으며 양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악화일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지역편중이 초래하는 청년간 심각한 경쟁을 꼽는다. 물리적 공간과 자원경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년세대가 직면한 경쟁의 중심에 양질의 일자리가 있다. 내일을 꿈꾸고 계획할 수 없다면 미래가 아닌 생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장세가 둔화한 기존 주력 산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은 파괴적 혁신으로 가능하다 했다. 파괴적 혁신의 시작점으로서 창의적 연구라는 과학기술계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당연하다. 창의적 연구를 요구받는 연구자에게 어떤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진부하다 해도 역시 융합이다. 초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제도 측면에서 보육, 부동산, 젠더에 이민정책까지 더한 융합도 필수다. 이동 중 잠시 머문 쾰른역 앞엔 세계적인 대성당이 있다. 압도적 쌍둥이 주탑과 스테인드글라스보다 더 경외심이 든 부분은 대성당이 보유한 관용의 역사였다. 1960년대 독일은 많은 터키 이민자를 받았다. 대성당은 무슬림들이 예배를 할 수 있도록 북쪽 본당을 개방했다. 이러한 관용 속에 이민자는 독일 사회에 융합하며 스며들었고 진정한 일원이 됐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1991년 시작된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구전민요를 녹취해 들려준다. 사라질 운명에 처한 전통문화를 기록으로 남겼음에 안심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소리를 기록으로만 남길 순 없지 않은가. 개방과 관용을 토대로 과학기술부터 사회제도까지 융합해 초저출산을 필히 극복해야 한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투데이 窓]경량화 인공지능과 오감 센서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김형준 소장 완전 자율주행차의 시범운행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상암, 청계천, 여의도와 판교 일대를 넘어 내년에는 제주, 순천, 군산 등 전국 각지로 확대된다. 이미 상업화에 들어간 미국 32개주와 유럽연합 등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 택시와 버스 등의 상시운행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자율운행 4단계 기술의 핵심 중 하나는 많은 전자기기를 대량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다수의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기 위해서는 운전경로 계산 외에도 차량흐름, 도로환경, 교통신호 등 수많은 주변환경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만일 아주 잠깐이라도 지연과 단절이 발생한다면 자칫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동차 사고는 늘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다.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바야흐로 목전에 다가온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상징하는 사례다. 초연결사회의 필수재인 사물인터넷은 센서, 소프트웨어, 인터넷으로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교환하는 거대 네트워크다. 인간의 오감에 해당하는 센서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전송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클라우드가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폭증하는 데이터 증가량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차, 응급의료와 같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를 시작으로 네트워크 및 데이터 처리기술의 넥스트 레벨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주 가까워졌다. 대안으로 부상 중인 기술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결합체인 AIoT, 이른바 '사물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이다. 사물인터넷 센서가 수집하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분석하는 사물지능은 더 강력한 서비스와 시장을 촉발하는 초연결사회 진화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물지능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인공지능 기술로는 아주 적은 소비전력과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한 '경량화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경량화 인공지능은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과 딥러닝 분야에 적용 중인 심층신경망이 아닌 스파이킹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SNN) 기반의 '뉴로모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두뇌 신경망의 동작원리처럼 외부정보를 이벤트 단위로 받아들여 그에 필요한 뉴런과 시냅스만 부분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높다. 또 하나의 반도체에서 다양한 패턴의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연산, 저장, 학습하기 때문에 인간의 두뇌활동처럼 초저전력으로도 복잡한 대량의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는 사물지능 구현에 매우 유망한 기술이다. 아울러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 자체를 뉴로모픽으로 구현한다면 기술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인체의 오감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센서기술은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로 신개념의 단위소자 기술과 적은 수의 소자 어레이에 대한 성능보고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는 경량화 인공지능과 뉴로모픽 감각기술의 사물지능 적용을 위해 데이터 집적, 시스템, 컴퓨팅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융합연구가 한창이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시장은 막대한 투자와 높은 기술력으로 후발주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승자독식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로모픽 감각기술을 접목한 사물지능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이 국가발전을 넘어 생존을 좌우하게 될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고래 싸움에서 이기는 새우가 되기 위해
윤석진 KIST 원장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은 과학기술 혁신과 자립을 핵심 국가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국제질서 재편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중국을 지목한 미국의 움직임에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주권 확보 없이는 우리나라도 생존을 모색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작금의 위기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초격차 기술, 틈새를 노리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의 개발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조역량을 갖추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이 반가운 이유이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탁월한 추격자였다. 하지만 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일례로 올해 양자기술 분야 투자액은 미국이 1조원, 중국 3조4000억원에 이르지만, 우리는 700억원 선이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 대비 63% 수준에 불과한 것이 우리 양자컴퓨팅 기술의 현주소다. 승자독식의 냉혹한 법칙이 지배하는 전략기술 분야에서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의 형국인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묘수는 무엇일까? 스코틀랜드 출신 기계 수리공이었던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량이 산업혁명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있었던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임스 와트의 특허 유효기간을 이례적으로 25년이나 연장해 준 영국 의회의 조치는 와트의 증기기관이 성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또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와트에게 사업가 매튜 볼턴이 합류하면서 산업용 증기기관의 보급이 가능해졌다.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산업계의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다. 증기기관의 역사가 일러주듯 위대한 기술 혁신은 정부와 민간의 합작품이다. 이번 전략기술 육성방안에서도 민관 협업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었다. 산·학·연 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통한 임계규모 한계 돌파만이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묘책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먼저 민간을 정책의 수혜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혁신의 동반자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협력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 민간 기업이 정부 연구개발 전반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산업별 민간R&D협의체’와 같은 시도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부처 간에도 개방과 협력의 자세가 절실하다. 사업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칸막이는 없어져야 한다. 국가 R&D 사령탑 역할을 맡아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술주권 확보 관점에서 범 부처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리더십을 보여야겠다. 민간에서도 정부의 노력을 신뢰하고 정책 이니셔티브가 결실을 맺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각계 최고 전문가들이 세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목표를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것이 정부의 지원전략에 정교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석탄, 방직산업이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 중이었다. 광산 갱도에서 물을 퍼올리는데 말의 힘에 의존했던 전통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증기기관 개량은 당시 고난도의 기술 과제였다. 이번에 발표된 12개 전략기술의 성패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21세기 기술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새겨야 할 역사 속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한국일보 (링크)
신경역학, ‘600만불의 사나이’를 현실로 만드는 토대
이송주 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과학 라운지] 의학·공학 어우러진 학문으로 사지 없는 사람이 의수·의족을 생각만으로 제어하게 하는 등 ‘SF 속 기술’ 현실화하는 주역 1970년대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를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후반에도 공중파 TV에서 방영해 많은 이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 대령은 비행 중 사고로 한쪽 눈과 팔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600만달러를 투입한 생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생체공학 인간(Bionic man)이 됐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국가의 비밀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이 드라마를 당시 시청자들은 SF(공상과학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 첫 방영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600만불의 사나이’는 여전히 SF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을까? 오스틴 대령이 활약하던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신경 역학(Neuromechanics)’이라는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경역학(神經力學)은 신경생리학, 생체역학의 개념이 결합된, 의학과 공학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학문이다. 우리 몸의 간단한 동작 수행에도 신경역학의 개념이 녹아있다. 물을 마시고, 길을 걷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몸은 다양한 물체와 상호작용을 하고, 감각 신호를 받아 이에 맞게 신체를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신호는 어떠한지, 관절에 걸리는 힘은 얼마나 되는지, 근육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신경역학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고령자 비율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38.1%가 통증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약 15%는 보행 능력과 신체 기능 저하로 생존율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근감소증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고령층에게 근골격계의 원활한 기능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건강한 노년을 의미하므로 신체의 취약 부위를 평가하고 훈련할 수 있는 예방·재활 기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노인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연구진이 병원 밖에서도 근력 강화·신경근 제어 등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개발해 미국 FDA 2등급 의료 기기 인가를 받으며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받기도 했다. 신경역학의 적용을 스포츠 분야로도 확대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들도 근골격계 부상 등에 노출되고 있다.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파악하고 취약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연구에 신경역학의 개념을 접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운동할 때 몸에 센서를 부착해 신체 부위별 근육의 움직임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부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상의 신체 능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 설루션을 제공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와 같은 연구들이 엘리트 체육 선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생활체육을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일반인 대상으로도 연구를 확대하는 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신경역학의 연구 분야는 로봇, 무선통신이 가능한 생체 신호 수집 센서,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법 기술과도 접목이 가능하다.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종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 속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불의의 사고, 선천적 장애로 사지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보행 보조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환자의 뇌에서 움직임의 의도가 있을 때 발생하는 뇌파를 비침습적인 뇌파 측정 센서를 활용해 감지하고 분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기술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환자는 양쪽 목발을 짚고 스스로의 생각만으로 앉고, 서고, 걷는 일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뇌, 신경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로봇 그 자체가 의수나 의족이 되는 것도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경역학은 그 가능성을 더 많은 분야로 확장시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연구 분야가 될 것이다. 불과 반세기 전에는 SF 드라마의 소재에 불과했던 생체공학 인간은 신경역학의 발달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개발된 다양한 기술들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人사이트]김상경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장 "디지즈 X 또 올 것...R&D 명맥 유지로 대비해야"
“감염병 기술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응을 시작하면 늦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언젠가는 닥쳐올 미지의 감염병, '디지즈 X'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상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장은 현재 자신이 이끄는 연구단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앞으로도 명맥을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증강융합연구단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지원으로 산업현장 중대사고 예방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다. 의료진 안전 확보도 그 일환인데 심각한 팬데믹 상황을 맞아 이것에 힘이 실렸다. 김 단장이 연구한 감염병 현장 다중진단, 비대면 검체 채취(김계리 박사팀), 무인 문진·상담(황재인 박사팀), 재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공지능(AI) 정책 제언(김찬수 박사팀), 건물 내 접촉자 파악(이택진 박사팀) 등 기술이 연구단 활동으로 마련돼 발전 중이다. 다만, 올 연말 연구단이 일몰된다. 김 단장은 연구단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더 발전시켜야지' 싶은 연구도 있고, 이제 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며 “계속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팬데믹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에 디지즈 X는 허상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를 확인했다”며 “또 다른 팬데믹은 반드시 온다”고 피력했다. 일부라도 미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막상 팬데믹이 닥쳤을 때는 막막할 뿐이다. 연구단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도 이전 KIST 연구가 도움이 됐다. KIST는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 개방형연구사업으로 감염병 연구에 힘을 실었다. 안전증강융합연구단에서도 다룬 진단기술이나 AI 정책 제언 등 기술도 이때 시작됐다. 김 단장은 “개방형연구사업은 끝났지만 그때 시작된 연구가 우리 성과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맥을 이어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 연구 명맥을 이어갈 방안은 있다. 융합연구단에 이어 NST 창의형 융합과제, 기관 고유사업 등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도 많다. 김 단장은 기존 김찬수 박사팀의 연구를 고도화해 팬데믹 위기에 보다 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당장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단순히 감염이 이뤄졌는지 여부 뿐만 아니라 질병이 환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얼마나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을지까지 살피는 연구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의료와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 사업단'과 협업도 바라는 바다. 김 단장은 “지금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안으로 더 발전되고 새로운 연구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이 보다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연구자들이 고생하고 있는만큼 외부에서도 연구성과를 너무 숫자로만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전자신문 (링크)
탄소산업은 전북의 100년 먹거리인가?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100년 전 상상 속 사회상은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 덕에 오늘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위대한 과학적 진보 혹은 발명이 있었고, 우리는 그 결과 널리 쓰이게 된 소재를 역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돌이었고, 청동과 철, 그리고 플라스틱이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발전을 갈구하는 인류는 여전히 차세대 소재를 찾고 있는데, 그중 탄소가 대표적인 신산업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기반 재료는 자전거, 골프채 등 각종 스포츠, 레저 장비들로부터 자동차, 드론, 항공기 동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고,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점증하는 탄소소재 개발 요구에 발맞춰 2020년 국회에서는 탄소소재법 개정안을 통과하였고, 그해 7월 전라북도는 탄소 융복합 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다. 또한, 11월에 전북은 우리나라의 탄소 산업 관련 기업지원, 연구 전담 관리, 진흥전략 및 중장기 발전전략을 총괄하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전주에 유치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21년 탄소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된 전북은 탄소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탄소산업의 정책적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도민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는 탄소소재의 제조로부터 관련 응용 제품 생산에 이르는 연결고리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탄소소재는 매우 가볍고, 화학물질에 부식이 되지 않으며, 고온에서 잘 견딜 수 있다. 실제로 실리콘이 포함된 반도체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도가니는 모두 탄소소재인 인조흑연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미세한 탄소 분말, 이른바 그을음인 카본블랙은 고무공업, 착색제, 전자부품의 전도성 소재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소재 시장은 앞에서 언급한 인조흑연과 카본블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탄소산업은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한 탄소복합소재 관련 기술 개발과 기업지원을 주요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다. 즉, 당장 시판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보다는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에 중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인조흑연 시장 대비 8배 작으나 미래 잠재성은 크기에 전북은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게 되었으며, 2022년 10월에는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T1000급의 고강도 탄소섬유 제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쾌거가 탄소 기반 부품 및 장치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야만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탄소경제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섬유가 고강도 복합소재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이지만 완제품으로서 단독 활용되는 예는 실생활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산 탄소섬유를 항공기 동체와 같은 실제 제품의 국내 생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탄소섬유에 수지와 첨가물을 함침시킨 중간재의 제조 및 복합재 성형 기술을 확보한 미래지향적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탄소소재 개발 이후 부품과 제품을 양산하는 단계까지 확보해야만 비로소 도내 탄소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탄소산업 관계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관련 부처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완성될 탄소산업의 탄탄한 밸류체인이 도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책임짐으로써 전북의 100년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리라 굳게 믿는다. 출처: 전북일보 (링크)
[투데이 窓]반도체 기술로 만드는 '한국형 스마트팜'
김형준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산업간 경계를 급속히 무너뜨리고 있다. 집과 자동차 같은 실물자산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숙박업과 택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에어비엔비와 우버가 대표적이다. 노동집약형의 전통농업을 무인자동화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스마트팜'도 예외가 아니다. 비닐과 유리온실로 외부의 기후변화와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산 조건을 갖추고, ICT(정보통신기술)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광량·온도·습도·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실내 환경과 양액 공급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팜은 농부의 오랜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던 관행농업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량 증가는 물론,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척박했던 농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촌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팜 기술은 68세라는 국내 농민의 평균연령이 말해주듯,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농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식량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상화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안보 수단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은 대부분 온실원예 산업의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기술이다. 프리바, 호겐드론 등의 온실 시스템 회사에서 첨단 유리온실과 복합환경제어 기술, 양액제어 기술 등을 도입해 우리 농업 현장의 재배기술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우리 농촌의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해양성 기후에 따라 연중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은 유럽의 농업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술인만큼 사계절 날씨의 편차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그 효용성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농촌 환경과 선진적인 ICT 및 반도체 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결합되는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지난 2021년 농식품부와 농진청,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스마트팜 연구개발사업단에서는 현재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IoT와 AI, 로봇을 활용해 생산량 증대뿐만 아니라 유통·판매까지 국내 농업환경에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스마트팜 전용 MCU'(Micro Controller Unit)의 개발도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스마트폰으로 온실 내 환경조건을 제어하던 기존 단계에서 벗어나 완전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될 '차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브레인'이라 할 수 있다. 인류는 그간 두 차례의 농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문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첫 번째는 곡물 재배와 야생동물 가축화에 성공하며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이행하게 된 기원전 7000년경의 신석기혁명이다. 두 번째는 수천 년 간 이어져온 전통농법에서 벗어나 화학비료, 품종개량, 농약 등을 농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획기적인 식량증산이 이뤄진 20세기 초의 녹색혁명이다. 그리고 이제 첨단 과학기술과 농업이 결합된 스마트팜을 통해 또 다른 농업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환경에 특화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스마트팜 확산 기조 속에 한 발 앞서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청년층의 농업 유입을 통해 에어비엔비나 우버처럼 자신의 온실 없이도 스마트 농장을 경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도 있다. 반도체와 농업의 융합을 통한 한국형 스마트팜의 기술혁신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제3의 농업혁명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가장 가볍고 많은 원소 ‘수소’, 탄소 중립 위한 멀티플레이어
장종현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장 [과학 라운지]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기술에 대한 혁신 통해 한국,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원자번호 1번인 수소(원소기호 H)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우며,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다. 수소의 한자 ‘水素’와 영어 ‘Hydrogen’에서 알 수 있듯이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물(H₂O)을 구성하는 인류 생존의 필수 요소다. 또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한 수소 분자(H₂)는 암모니아와 메탄올 생산 등 화학산업과 정유산업에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 생산량이 연간 1억t에 달한다. 현재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수소 생산에서 ‘탈탄소화’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암모니아, 메탄올 등을 생산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수소는 무색무취.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그레이’ ‘그린’ ‘블루’ 등 색깔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수소를 생산하는 각각의 기술이 얼마큼의 탄소를 발생시키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되는 ‘그레이 수소’이며, 탄소 중립을 위해서 친환경 재생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성하는 ‘그린수소’의 기술이 중요하다. 또한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CCUS)을 이용해 탄소 배출이 저감된 ‘블루 수소’,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핑크 수소’도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략은 1차 에너지 공급원을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서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최종 에너지 소비원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전기화(electrification)로 요약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경우 기상 변화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전력망 안정화가 병행돼야 한다. 즉 발전량이 많을 때는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반대의 경우 저장해둔 전력을 사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유연성 전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열원, 대형 육상 운송, 항공 및 해상 운송 등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비중을 높이는 ‘전기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으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직접 전기화’와 함께 재생 전력을 물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 및 암모니아 등 화합물로 전환해 사용하는 ‘간접 전기화’가 필수적이다. 즉 탄소 중립에서 수소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수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를 대부분 해외로부터 수입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로 매우 높다. 향후 국내·외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 따라 에너지 자립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나라의 지리·기후·산업 특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정 비율은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를 수입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나 삼면이 바다이고,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요건상 인접국으로부터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직접 공급받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대용량의 재생에너지를 수소 및 수소화합물의 형태로 전환해 공급받고 보관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수소를 에너지 교환의 화폐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화석연료 수출국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었던 것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수출국은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이 유리한 국가를 중심으로 다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제 에너지 교역에 수소가 효율적인 에너지 전달체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국제적 분업 체계 확립에 우리의 수소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소는 탄소 중립 실현의 핵심 전략이면서 관련 시장 규모의 급격한 확대가 예측되는 주요 산업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최근 12대 국가 전략 기술의 하나로 수소를 선정하고 ‘수소기술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수소 생산, 저장·운송, 활용의 기술 혁신을 통해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 차원의 비전이 제시된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많은 원소인 수소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탄소 중립을 향한 전 세계의 발걸음이 바빠진 상황에서 멀티플레이어로서 수소의 가치와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